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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ered Aperture, 내안의 타인의 시선
도시는 언제나 나를 향해 열려 있었지만, 내가 마주한 도시는 결코 하나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매일같이 지나던 거리, 수없이 바라보던 건물, 익숙한 골목은 어느 날 문득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를 응시했다. 그 낯설음은 어쩌면 나의 시선이 바뀌었기 때문이며, 또 한편으로는 내가 내 시선 안에 다른 이의 눈을 들여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연작은 도시를 바라보는 다층적인 ‘필터’들에 대한 사유에서 출발했다.
도시란 근본적으로 구조화된 시선의 체계이며, 계획과 통제, 기능적 분할과 시각적 전략으로 짜인 거대한 시지각의 기계다. 도시 공간은 단지 물리적인 기반시설이나 건축적 구조의 집합이 아니라, 과거의 이상과 실패, 기억과 망각이 층위별로 퇴적된 시간의 지형이다. 건축은 그 시간의 껍질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매체다. 콘크리트에 새겨진 균열, 구조물의 반복된 개보수, 도시구획의 변경은 모두 과거의 시간들이 축적되고 지워지고 다시 쓰이는 궤적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도시를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지층을 통과해 ‘응시하는 것’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이때의 ‘필터’는 단지 사진적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계획의 질서이며, 제도화된 시각의 틀이며, 도시를 ‘보도록’ 설계한 사회적 감각의 구조다. 창호지에 생긴 작은 틈, 균열, 그리고 건축과 건축 사이의 미세한 간극은 우리가 도시에 대해 갖는 시야의 한계이자, 도시가 허용한 가시성의 경계다. 우리는 그 틈을 통해 도시를 본다기보다, 도시가 스스로 만든 간극 속으로 시선을 이끄는 방식으로 도시를 받아들이게 된다.
‘내안의 타인의 시선’이라는 부제는, 개인의 시선이 도시의 물리적 구조와 타인의 기억, 제도화된 감각의 틀 속에서 형성된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도시를 구성하는 주체는 언제나 다수이고, 각기 다른 계층과 시기, 이상과 기술이 서로 엇갈려 구축한 결과물이다. 내가 현재 보고 있는 도시의 풍경은 과거의 이상이 실현되거나, 실현되지 못한 궤적의 잔재들이며, 동시에 미래의 도시로 이행하기 위한 중간적 장면일 수도 있다. 건축은 흔히 영속성을 지향하지만, 도시 속의 건축은 언제나 그 시대의 정치, 기술,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채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나는 이러한 반복 속에서 남겨진 틈과 여백, 보이지 않는 계층을 응시하고자 했다. 도시의 역사란 사실상 ‘보이지 않는 것들의 기록’이며, 이 작업은 그 잊힌 시선과 감각, 그리고 시간의 결을 드러내는 수행적 행위이기도 하다. 카메라의 조리개는 하나의 경계이자, 시지각의 층을 여는 장치다. 도시의 틈을 응시하는 것은 결국 그 안에 내재된 타인의 시선을 인식하는 일이자, 그것은 곧 나 자신의 시각적 구조를 되돌아보는 과정이다. 도시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나를 통해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묻는 것—그것이 이 연작의 핵심적 질문이다.
도시는 언제나 나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그 낯선 응시를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도시 속에서 나 아닌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 연작은 그 낯선 응시와 마주하는 내면의 여정이자, 내가 가진 시선의 층을 하나씩 벗겨내며 도시를 다시 ‘보다’의 감각적 실천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동시에 공존하는 도시에서, 나는 그 틈 사이로 흐르는 시간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