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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
바다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육지는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돌과, 끝없이 물결 위를 떠도는 부표. 제 작업 『균형의 시각』은 이처럼 모든 상반된 요소들이 서로를 지탱하고 조율하며, 하나의 온전한 ‘현존’을 이루는 순간들을 포착하려는 시도입니다. 동해, 서해, 남해의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는 이 사진 연작은 한국 해안의 다채로운 해상 구조물과 자연 지형들을 담고 있습니다. 부둣가의 콘크리트, 바다 위에 떠 있는 부표, 파도에 닳은 갯바위, 묵묵히 서 있는 등대, 그리고 수평선 너머로 펄럭이는 양식장의 깃발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은 제 시선 아래에서 ‘균형’이라는 개념의 물리적이면서도 상징적인 비유로 새롭게 배열됩니다. 하지만 제가 이야기하는 균형은 단순한 좌우의 평형 상태가 아닙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속도와 리듬, 힘과 밀도의 충돌과 공존 속에서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평형입니다. 끊임없이 출렁이는 바다와, 그 움직임 속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구조물들의 모습은 곧 자연과 인간, 자아와 타자, 개인과 사회, 도시와 국가가 어떻게 긴장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각적인 사유입니다.
이 연작은 인간이 외부 세계와 맺는 관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타자와 나 사이에 놓인 거리를 어떻게 느껴야 할 것인가, 환경과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그리고 사회 혹은 공동체 내부에 생겨나는 균열과 그 틈 사이를 우리는 어떻게 메워나갈 수 있을까. 저는 이러한 질문들을 시각적인 층위에서 깊이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 응시는 때로는 조용한 침묵처럼, 때로는 균열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딛는 발걸음처럼 미묘하게 조율됩니다.
이러한 시선은 불교의 ‘중도(中道)’ 사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극단을 경계하며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길. 혹은 도가 철학에서 말하는 ‘무위(無爲)’의 상태, 인위적인 개입 없이 사물들이 스스로의 리듬을 따라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질서. 이 연작은 그와 같은 비움과 흐름, 자연스러운 질서의 감각을 사진이라는 형식을 통해 조용히 드러냅니다.
이 연작은 서양과 동양의 균형 미학을 넘나드는 섬세한 감각을 보여줍니다. 르네상스 회화에서 발견되는 황금비의 조화는 물론, 동양화의 여백과 정적인 화면 구성 또한 연상됩니다. 제 이미지들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으며, 중심을 명확히 지시하지 않으면서도 보는 이의 시선을 따라 부드럽고도 긴밀하게 흐릅니다. 시선은 수평선 너머로 이어지고, 프레임의 경계는 마치 끝이 아닌 시작처럼 열려 있습니다. 그 속에서 균형은 정적인 구조가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각적 리듬으로 작동합니다.
제 사진들은 고요함 속에 숨겨진 에너지의 평형을 떠올리게 합니다. 부표는 떠 있지만 결코 정지해 있지 않고, 바위는 움직이지 않지만 파도에 닳아갑니다. 고정된 구조물과 유동하는 물결 사이에는 끊임없는 힘의 교환이 이루어집니다. 그 움직임은 마치 양자물리학에서 말하는 불확정성의 원리처럼, 정지된 이미지 안에 숨어 있는 미세한 진동과 같습니다. 완전한 정답이나 단일한 상태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끊임없는 조정과 긴장 속에서 간신히, 그러나 아름답게 균형을 유지합니다.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바라보는 감각을 새롭게 정렬하려는 하나의 시도입니다. 균형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도달 가능한 어떤 완성된 상태인가, 혹은 끊임없이 만들어가야 하는 움직임의 과정인가. 저는 이러한 질문을 직접적인 언어로 묻기보다, 응시와 기다림이라는 사진의 언어를 통해 조용히 제시합니다. 제 프레임 안에서 세계는 단단히 고정되지 않고, 바람에 흔들리는 부표처럼 끊임없이 조정되고 재구성됩니다. 그리고 그 흔들림과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깊이 있는 ‘살아 있는 균형’의 실체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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