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At That Time

그 시간, 그 장소의 증명

 

사진의 본질은 '그때, 그곳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데 있습니다. 작가에게 이 '그때'는 단순히 셔터가 눌린 찰나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랜 기다림 끝에 비로소 세계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순간, 빛과 돌과 물 같은 자연의 요소들이 하나의 질서로 정렬되고, 작가의 의식과 풍경의 존재가 깊이 교차하는 '사건으로서의 시간'입니다.이 기다림의 과정은 작가에게 일종의 수행과 같습니다. 세계와 작가 자신 사이의 섬세한 조율을 통해 비로소 포착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불교적 '무상(無常)'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고정된 듯 보이는 사진 이미지는 사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길어 올린 하나의 '기억'이며, 과거의 흔적이자 현재에도 살아 숨 쉬는 경험의 증거입니다.작가는 '있음'과 '없음',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에 선 풍경을 포착합니다. 풍경은 마치 작가의 시선을 기다렸다는 듯이 존재하고, 작가는 그 풍경에 의식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존재의 관계를 엮어냅니다. 이는 세계 속에 놓인 자신을 자각하며 그 자리에 '있음'을 확인하는 실존적 경험과도 같습니다.이러한 작업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가 보여준 낭만주의 풍경화의 숭고함과 고독한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박진하 작가는 단순히 감성적인 풍경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건축가로서 공간을 다루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디지털 기술과 정교한 공간 인식을 통해 지각된 현실을 분석하고 재구성합니다. 이를 통해 풍경은 감상의 대상을 넘어, 구조화된 인식 체계로 변환됩니다.

결국 작가의 사진 한 장에는 이러한 여러 겹의 시간과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수많은 시간과 공간의 요소들을 하나의 시선으로 통합해낸 결과물이자, 도시적 관점을 벗어나 존재 자체에 집중하는 풍경의 기록입니다. 그의 '그때 그곳'은 단지 지나간 과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고, 기억하며 사유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Photography with TOOLS

COMING SOON

© 2019~ 2025 JinHa PARK PHOTOGRAPHY     All Right Reserved .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