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 Half
우리가 흔히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세계, 즉 자연과 도시, 빛과 어둠,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 사이의 경계와 그 연결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업입니다. 이 시리즈의 핵심 질문은 이러한 상반된 요소들이 어떻게 단절되지 않고 서로에게 '접속 가능한 흐름'을 이룰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이는 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가 제시한 ‘접속 가능한 흐름’의 개념처럼, 세계를 고정된 실체들의 집합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연결되는 '흐름'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Half & Halfs』는 이러한 상반된 요소들이 사진 프레임 안에서 하나의 시각적 서사로 수렴되는 과정을 물리적으로 구현하고 탐색합니다. 풍경의 좌우 또는 위아래에 공존하는 대비는 단순한 구도를 넘어, 대립하는 두 세계가 만들어내는 물리적이면서도 철학적인 긴장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속에서 화해와 공존의 가능성을 제안합니다. 사진적 기법 면에서 작가는 틸트 및 시프트 렌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이 렌즈는 원근감을 조절하고 초점면을 이동시켜 공간의 수평성과 대칭성을 강조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Half & Halfs』에서는 이 렌즈를 통해 두 개의 이질적인 풍경이나 요소가 마치 한 평면 위에 놓인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의도된 분할선을 만들어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주면서도 하나의 이미지로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이는 상반된 요소 간의 조화와 연결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중요한 물리적 장치입니다.이 작업은 또한 세계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방법론으로서 수학적 사고체계를 도입합니다. 자연의 질서와 구조, 도시의 패턴 등을 수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풍경의 본질에 다가가려 합니다. 나아가, 『Half & Halfs』는 이분법적 사고방식과 디지털 시대의 근간인 이진수(0과 1) 개념을 시각화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세계를 두 개의 항으로 나누어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성찰하고, 그 단순한 분할 안에 담긴 의미와 한계를 탐색하는 시도입니다. 특히, 작가는 전통적인 사진 프레임 비율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3:2 또는 4:3 등의 비율이 필름 시대부터 기인한, 제조사의 설계 편의에 따라 지정된 '근거 없는' 관습임을 지적하며 이를 거부합니다. 대신 풍경의 본질과 자신의 작업 의도에 맞는 새로운 프레임 비율을 창조합니다. 이는 원시 도형인 정사각형(1:1 비율) 프레임을 근간으로 삼아, 이를 확장하거나 배수 형태로 결합한 파노라마 비율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에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확장되는 이 프레임은, 세계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고유한 관점과 해석 방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도구이자, 이분법 너머의 연결과 확장을 담아내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작가는 이진수로 인한 오류의 역사를 수집하고 이를 자신의 사진 문법에 대입하는 독특한 시도를 합니다. 완벽해 보이는 디지털 시스템이나 이분법적 사고 체계 속에서 발생하는 '오류'나 '글리치'는 예기치 않은 연결이나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는 지점입니다. 작가는 이러한 오류의 개념을 사진 이미지 속에 반영함으로써, 세계의 분할이나 연결이 항상 완벽하거나 예측 가능한 것이 아니며, 그 안에 내재된 불안정성이나 변칙성 또한 실재의 일부임을 드러내고자 합니다.결론적으로 『Half & Halfs』 시리즈는 단순히 대비적인 풍경을 나란히 보여주는 것을 넘어, 물리적 기법, 철학적 사유, 수학적 분석, 그리고 프레임과 비율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를 통해 이원론적 세계의 경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며, 흐름이 분절되지 않고, 상반된 세계들이 언제든 서로에게 접속 가능함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러한 가능성은 궁극적으로 왜곡을 최대한 억제한 '관찰자의 수행적 인식', 즉 사진을 바라보는 이가 스스로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연결하려 노력하는가에 따라 완성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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