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istence 존재 – 자명한 것과 미묘한 것 사이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보지 못했다. 존재란 이토록 스스로를 감춘다."
존재는 찰나의 현현이다.
돌 위에 떨어진 물방울, 지나간 바람 한 줄기.
그 짧은 순간, 나는 모든 것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미 그것은 사라져 있다.
존재란 인식의 가장자리에서만 아득히 감지된다.
직접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득히 느끼는 것이다.
나는 이 미묘한 흔적들을 따라 걸었다.
햇살이 잠시 머물렀던 표면, 물결이 스쳐 지나간 자국.
존재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간의 잔상으로만 겨우 붙잡힌다.
내가 기록하는 것은 장소 그 자체가 아니라, 존재가 흘러갔던 길이다.
이런 장소는 지도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억의 침전물이며, 지각의 너머에 있는 영역이다.
존재는 장소 안에 반영되지만, 결코 고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바람처럼 나를 스쳐 지나간다.
분명히 있지만, 붙잡을 수는 없다.
존재를 묻는다는 것은 공간을 걷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걷는 일이다.
존재는 시간의 흐름 속을 떠돌며, 가끔 그 형태를 드러낸다.
돌, 물결—그것들은 정지해 있는 듯 보이지만, 이미 과거이며, 또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존재란 머무름이 아니라 흐름이며,
탄생과 소멸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자연의 이치에 속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고정된 질서가 아니라,
질서와 혼돈이 끝없이 얽혀 있는 카오스모스(chaosmos)의 한 장면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순간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생성과 소멸의 춤은, 현대 양자역학이 보여주듯,
입자가 진공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끊임없는 출현과 소멸의 흐름과도 닮아 있다.
존재는 결코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생겨나고 스러지며, 그렇게 세상을 구성해 간다.
나는 이 끊임없는 생성을, 이 사라짐을,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기록하고자 했다.
내 사진들은 사라짐의 흔적이자, 존재의 미세한 진동이다.
한순간 머물렀다가 다시 흘러가는 것들,
그것이 존재의 방식이며, 또한 장소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 장소들은 좌표나 이름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존재가 한때 머물렀던 사실로 인해 장소가 된다.
물줄기의 흔적, 이끼 낀 바위 틈, 마른 해조류 한 조각.
모두 ‘존재의 흔적’이다.
장소란 결국, 시간이 층층이 쌓인 지층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감지한다—지금,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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