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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Vision of Beyond Solo Exhibition

Vision of Beyond

Invited Solo Exhibition

2024.12. 6 - 2025. 2.28

  나는 어느 순간부터 ‘보이는 풍경’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더 많은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들고 풍경을 마주할 때마다, 그 장면 너머에 있을지 모를 또 다른 세계—시선이 닿지 않는 시간, 감각이 포착하지 못한 공간, 존재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가능성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 시리즈 『Beyond』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풍경은 더 이상 풍경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을 품고, 기억을 흘리며, 때로는 현실이라는 경계조차 흐리게 만들었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지금-여기’에 존재하는 장면을 담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과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 대한 감각, 언어로 붙잡을 수 없는 어떤 실재의 흔적을 더듬었다. 그것은 브라이언 그린이 말한 숨겨진 차원일 수도 있고,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의 세계일 수도 있으며, 어떤 이에게는 단순한 상상이거나, 신비주의적 직관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있다는 확신이 아니라 있을지도 모른다는 열림이었다. 나는 그 가능성 속에서, 하나의 ‘풍경 이후의 풍경’을 만들고 싶었다. 그것은 내가 본 것이라기보다는, 기다림 속에서 다가온 것이며, 감각의 바깥에서 조용히 모양을 갖춘 어떤 장면이었다.

최종적인 한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나는 여러 날, 여러 시간, 때로는 며칠씩 한 자리에 머물며 ‘그때’를 기다린다. 그것은 단순한 인내가 아니라, 어떤 순간이 나를 찾아오기를 허용하는 자세에 가깝다. 바람이 그치고, 파도가 말을 멈추며, 빛이 비로소 제 얼굴을 드러내는 그 찰나를.

『Beyond』는 내게 있어 사진이라는 매체의 한계를 실험하는 과정이자, 현실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감각 그 자체를 확장해 보려는 수행적 시도였다. 그것이 정말 존재했는지, 내가 정말 그것을 찍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장면을 통해 내가—그리고 누군가가—어디론가 도달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진은 결국, 도달할 수 없는 곳을 향한 긴 숨과도 같다.

  『Beyond』는 감각의 한계를 넘어, 사진 매체의 본질적 한계를 초월하려는 시도이자, 일종의 ‘풍경 이후의 풍경’을 가리킨다. 이는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의 ‘다중 우주(multiverse)’나 ‘숨겨진 현실(hidden reality)’ 개념을 은유적으로 반영하며, 사진이 단순한 재현의 도구를 넘어 인식과 생성의 매개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작가는 감각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 시선이 미치지 않는 차원, 존재조차 확신할 수 없는 시간대를 하나의 장면 안에 담아내고자 한다. 이때의 풍경은 물리적 현실로서의 공간을 넘어서, 감각과 기억, 시간과 사유가 중첩된 다층적 실재로 전환된다.

『Beyond』는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려는 고전적 사진의 틀을 벗어나, 비결정적이고 무한한 시공간의 층위를 제안한다. 이는 사진을 통한 ‘재현’이 아닌, 감각 너머의 세계에 대한 ‘제안’이자 ‘초월의 사유’이다. 플라톤(Plato)의 이데아론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실재의 존재, 신플라톤주의에서의 일자(the One), 혹은 불교의 해탈, 기독교 신비주의에서 말하는 ‘신의 부재로 인한 내적 충만’ 같은 개념들과 공명하며, 이 시리즈는 감각적 세계를 넘어선 절대적 실재에 대한 탐색으로 나아간다.

사진은 더 이상 ‘보이는 것’만을 담는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카메라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것’을 구성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하나의 ‘풍경’이라기보다, 풍경이 되기 이전 혹은 이후의 존재론적 상태를 사유하게 한다. 이로써 『Beyond』는 인간의 지각 너머를 향한 수행적 사유의 장이며, 박진하의 사진이 보여주는 궁극적 ‘풍경 이후의 풍경’을 시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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